매일 읽고 쓴다는 것은(책&영화 리뷰)

트로피컬 나이트_조예은

책날개 2023. 2. 7. 22:42

<트로피컬 나이트>_조예은/ 한겨레출판(2022)

<칵테일, 러브, 좀비>로 한방에 나를 '조예은 월드'로 끌어들였던 조예은 작가의 2022년 소설집이다. 8편의 환상/미스터리 단편이 담겨있다.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단단히 엮인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특한 이야기 세계에서 또 잠시 정신을 잃었더랬다.

<트로피컬 나이트> 표지가 예뻐서 인기가 많았단다(이미지출처: 한겨레 출판)

 젊은 여성으로 보이는(사실 개인적인 정보는 잘 모른다. 작가도 내가 본인의 개인정보를 파기를 바라지는 않을테지) 작가의 머릿속에서 어쩜 이렇게 으스스하면서도 신비하면서도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픈 이야기들이 빚어져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. 

앤솔로지 참여집을 빼고 다섯권의 책이 나온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장편<스노볼 드라이브>를 가장 좋아한다

모두 여덟편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흥미롭고 신비하지만 짧은 이야기라서 짧게만 소개해보면, 

  • <할로우 키즈> 핼러윈데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벤트에 억지로 맞춰지다 할로우맨처럼 옷만 남기고 사라진 유치원생 이야기
  • <고기와 석류> 남편이 죽은 후 혼자 남겨질 죽음이 두려워 정체불명의 식인귀 '석류'를 집에 들였으나 그 식인귀가 홀로 남겨질 것이 걱정되어 남은 목숨을 지켜내기로 한 중년여성 옥주 이야기
  • <릴리의 손> 세계의 틈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들 '이방인', 꼭 시간여행이 아니라도 우리 세계에는 이미 이방인이 차고넘치는 지도 모른다.
  • <새해엔 쿠스쿠스> 부모들의 교육경쟁에 시달리던 아이는 자라서 상급자, 권력자에게 시달리고, 늘 비교대상이었던 '잘난 딸' 사촌언니는 부모에게 시원하게 복수한다
  • <가장 작은 신> 조예은 식 디스토피아의 한 형태는 닿기만 해도 피부가 벗겨지고 마시면 기관지와 폐가 상하는 급성먼지의 세상, 속고 속이고 속아주는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낄만큼 고립된 여성들의 연대
  • <나쁜 꿈과 함께> 단언컨대 이 글을 읽고 악마에게 처음으로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. 나쁜 꿈을 통해 인간을 착즙하는 나이트메어 이야기
  • <유니버셜 캣숍의 비밀> 지구별을 탐험하러 온 고양이 이야기, 고양이 유체설, 아홉개 목숨설, 고양이 세계정복설, 인묘연합설(베르나르 베르베르) 등 고양이에 얽힌 갖가지 비밀, 가설, 이론이 있는데 고양이가 외계행성에서 왔다는 것쯤이야 놀랍지도 않다.
  • <푸른 머리칼의 살인마> 푸른수염의 동화를 비틀어 주체적이고 용기있는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운명을 거스르는 이야기. 빌런을 잡으러 혹은 막으러 다니는 시공간여행이 한편으로는 통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형벌 같기도 하다.